전두환 전 대통령이 가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택의 ‘새 주인 찾기’가 다시 한번 성과 없이 끝났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범죄수익환수부가 납부되지 않은 추징금 환수를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의뢰하면서 전씨 자택을 ‘공매’에 내놓았지만 이번달 들면서 진행된 1차에 이어 2차도 유찰되었다.
2차 공매 감정가는 처음의 감정가 102억원보다 10억원 가량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응찰자가 나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씨 자택 매각 방식이 ‘공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서 그 까닭을 찾을 수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왼쪽 하얀 지붕이 별채, 오른쪽은 본채. 한국일보 자료사진
공매는 어떻게보면 경매와 비슷해 보이지만 경매와 달리 명도(인도)가 까다롭다. 법원이 낙찰자의 신청을 받게되면 10일 안에 인도명령 결정을 내려주는 경매와는 다르게, 공매는 낙찰자가 따로 소송을 내야 한다.
이는 민사소송이라 시간 및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게다가 고령 환자가 있을 경우 강제집행이 더욱 까다로워진다. 이 때문에 알츠하이머를 겪고 있다고 주장하는 고령의 전씨를 명도 집행으로 내보내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응찰자가 나오기 쉽지 않은 것으로 경매업계는 보고 있다.
◇시세보다 10% 싸지만 응찰자 ‘0명’
22일 캠코에 따르면 이번 달 18∼20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씨 자택의 2차 공매가 유찰됐다. 공매 대상은 연희동 95-4, 95-5, 95-45, 95-46 등 토지 4개 및 필지와 주택ㆍ건물 등 2건이다. 전씨 자택은 4개 필지를 합해서 전부 1,652㎡(약 500평) 규모다.
이 부동산의 주인은 부인인 이순자씨 외 2인으로 되어 있다. 공매로 나오게 된 토지 4필지 중 연희동 95-4 토지(818.9㎡)는 이순자씨가 가지고 있고 단독주택이 포함된 연희동 95-5 토지(312.1㎡)는 전씨의 며느리가 가지고 있다. 그외 2개 필지는 전씨의 개인 비서관 출신 인사가 소유하고 있다.
첫 감정가는 102억3,285만원으로 정해졌다. 이는 3.3㎡ 당 2,044만원으로, 부동산 관련 관계자는 이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씨 자택 근방의 시세가 2,000만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1∼13일 첫 공매가 유찰되면서 2차 공매는 이보다 10% 낮은 92억957만4,000원으로 진행되었으나 응찰자가 나오지 않았다. 캠코는 이번 25∼27일 3차 공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저 입찰가는 2차 입찰가격보다 10% 적은 81억8,628만8,000원이다.
전씨는 과거 내란ㆍ반란수괴 등의 혐의를 사면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및 추징금 2,205억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 중에서도 납부한 추징금은 대략 1,150억원 정도로 지금까지도 1,055억원의 미납 추징금이 남아 있다. 추징금 환수 시효는 2020년으로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공매, 경매와 비슷하지만 과정ㆍ법적 범위 달라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어지는 유찰의 근거로 ‘공매의 특성’을 가장 우선으로 꼽고 있다.
경매 및 공매는 어떻게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과정과 법적 범위에서 차이가 난다. 경매는 거의 모든 물건이 사적인 채무관계에 따라 법원이 개입하면서 부동산을 매각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공매는 국가ㆍ지방자치단체ㆍ금융회사 등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개적으로 부동산 등을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둘 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입찰 과정이다. 경매의 경우 예비입찰자가 법원을 찾아가서 입찰서를 제출하는 형태다. 그러나 공매는 ‘온비드’를 거쳐 온라인에서 입찰이 이뤄진다. 집행기관도 법원이 아닌 캠코에서 담당한다.
입찰 보증금에서도 차이가 있다. 경매 입찰보증금은 가장 낮은 가격의 10%지만 공매는 응찰가의 10%다. 경매는 유찰 시 통상 전 과정의 가격에서 20∼30% 줄어들지만, 공매는 1차 입찰 가격을 기준으로 10%씩 낮아진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